본문 바로가기

비영리 단체

비영리단체 창업 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 5가지

비영리단체 설립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등록 요건만 갖추면 관할 지자체에 서류를 제출하고, 등록증이 나오면 단체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등록 이후입니다. 제가 실제로 단체를 만들고 활동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창업 직후의 3개월이 단체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설립만 하면 모든 게 자동으로 돌아갈 거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등록 후 아무 계획 없이 시간을 보내면 후원자도, 참가자도, 활동 기록도 남지 않게 되며, 단체는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영리단체를 창업한 이후 반드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핵심 업무 5가지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글 하나만 보면 설립 직후 무엇부터 실행해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준비해야 실패를 피할 수 있는지 명확해질 것입니다.

비영리단체 창업 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

 

 단체의 정체성과 활동 방향을 외부에 ‘공식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비영리단체를 설립한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단체의 정체성을 외부에 명확히 전달하는 작업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어떤 목적을 가진 단체이며,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려고 만든 조직인지”를 공식적인 콘텐츠 형태로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작업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가 포함됩니다:

  • 단체 소개서(PDF 1~2장 분량)
  • SNS 또는 블로그 개설
  • 단체 이름, 로고, 비전 슬로건 정리
  • 첫 활동계획 또는 행사 예고 글 게시

예를 들어 제가 만들었던 청년 자립 지원 단체는 설립 다음 날, 단체 소개서와 함께 ‘2025년 상반기 활동계획표’를 블로그에 공개했고, 이 글이 이후 홍보 자료로도 활용되었습니다. 단체를 소개하는 정식 문서나 온라인 페이지가 없으면, 외부에서는 단체의 실체를 신뢰하지 않고 후원이나 협업도 연결되지 않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프로처럼 보이기’입니다. 단체 규모가 작더라도 전문적인 언어와 시각 자료, 명확한 로드맵을 보여주면 상대는 신뢰하게 됩니다. 홈페이지가 없다면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노션 등도 활용 가능합니다. 핵심은 단체의 존재 이유와 목표가 외부에서 명확히 보이도록 구성하는 것입니다.

 

비영리단체 창업 후에는 행정·세무 기반을 준비하고, ‘투명성’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두 번째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단체의 행정적 기반을 안정화시키는 작업입니다. 등록증이 발급되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후원금 수령이나 세무 신고, 공공기관 협업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해야 할 행정 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국세청 고유번호증 발급
    → 고유번호는 단체의 고유 식별번호로서, 후원금 영수증 발행이나 공공기관 서류 제출 시 필수입니다. 홈택스에서 신청하거나 가까운 세무서에서 3~5일 내에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 단체 명의 통장 개설
    → 일반 은행에서 고유번호증과 등록증, 대표자 신분증을 제출하면 단체 명의의 계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통장을 통해 후원금, 사업비 등을 구분하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회계 시스템 구축
    → 초기에 자금이 많지 않더라도, 반드시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회계 장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엑셀을 활용해도 좋고, 회계 프로그램(더존, 이카운트) 무료 버전을 써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투명하게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 개인정보 수집·관리 시스템 구축
    → 후원자나 참가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을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참여 신청서에 ‘개인정보 수집·활용 동의서’ 항목을 포함시키고, 명단은 암호화된 파일로 보관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본 행정 작업을 초기에 정확히 하지 않으면, 몇 개월 뒤 회계 감사를 받거나 공공사업에 참여할 때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고유번호 없이 후원금을 받게 되면 불법 모금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등록 후 빠르게 행정 시스템을 정리해야 합니다.

 

 첫 번째 실질적 활동을 기획하고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비영리단체는 활동 실적이 존재해야 살아있는 단체로 인정받습니다. 아무리 좋은 비전이 있어도, 실질적인 활동이 없다면 단체는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단체를 설립한 이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실질적인 움직임은 바로 “첫 번째 프로그램” 또는 “첫 번째 캠페인”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이 활동은 반드시 규모가 클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소규모 활동도 훌륭한 첫 실적이 될 수 있습니다:

  • 독거노인 반찬 배달 캠페인 (소규모 자원봉사)
  • 청년 대상 온라인 세미나 개최 (줌으로 진행 가능)
  • 지역 쓰레기 줍기 캠페인 (10명 내외 참여)
  • 환경 관련 SNS 챌린지 (온라인 캠페인)

중요한 건 이 활동을 기획→실행→기록의 구조로 남기는 것입니다. 예산이 작더라도

  • 기획 회의록
  • 포스터
  • 활동 사진
  • 참여자 후기
  • 결과 보고서

이렇게 전 과정을 기록해두면, 이 자료는 후원자에게 보내는 뉴스레터, 지자체 사업 공모 제출자료, SNS 홍보 콘텐츠로 다양하게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초기에 한 일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작은 모임 활동을 마치고 A4 두 장 분량의 활동 리포트를 만들어 배포한 것이었습니다.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고, 후원 요청 시 설득력 있는 자료가 되었습니다.

 

비영리단체 창업 후에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단체의 ‘사회적 신뢰도’를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외부 네트워크와의 연결입니다. 단체가 살아남으려면 고립되어선 안 됩니다. 비영리 생태계는 생각보다 좁고, 단체 간 협업을 통해 자원과 정보, 홍보 효과를 공유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됩니다.

다음은 창업 직후 실행 가능한 네트워킹 방법입니다:

  • 지역 공익활동 지원센터 방문
    → 대부분의 지자체에는 주민참여센터, 공익활동지원센터, NPO지원센터가 있습니다. 여기에 등록하면 공간 대관, 교육 참가, 컨설팅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비슷한 목적의 단체에 직접 연락
    → 검색을 통해 동일 분야(예: 청소년, 환경, 복지)의 기존 단체를 찾아,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간단한 인사를 보내고 교류를 요청하세요. 의외로 많은 단체들이 신생 조직에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 공공기관 커뮤니티 참여
    → 서울시의 NPO지원센터, 경기도 사회적경제센터 등은 신생 단체 대상 교육과 네트워킹 모임을 운영합니다.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면 관련 기관과의 연결고리를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첫 후원자 네트워크 형성
    → 단체의 가장 첫 후원자 5명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들은 단체의 신뢰성을 대변해주며, 때로는 가장 강력한 홍보 채널이 됩니다. 후원자 1인에게 정기적인 소식을 보내고, 피드백을 받고, 다시 단체에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면 이후 후원 확장의 핵심 기반이 됩니다.

이처럼 단체 창업 후 첫 90일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행정’, ‘콘텐츠’, ‘활동’, ‘기록’, ‘관계’의 다섯 가지를 실질적으로 완성하는 일입니다. 이 5가지가 없으면 아무리 비전이 좋고 콘텐츠가 감동적이어도, 단체는 확장되지 않습니다.